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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군대 얘기를 할 땐 난 별로 할 말이 없다. 면제도 아니고 방위도 아니고 26개월 현역으로 만기제대했지만 군대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이유는 너무도 편한 군생활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탱크도 못봤고(전시용 탱크는 봤음) 유격도 하루밖에 안받고...
97년 태훈이와 형식이가 같이 군대에 가자는 제의를 난 내심 방위산업체로 빠지려는 생각에 안간다고 했고 그 결심은 IMF이후 잘못된
결정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IMF이후 실직자가 급증하고 그 덕분에 방위산업요원을 뽑는 곳도 거의 사라져 대학원생들도
군대를 가는 상황이 되어버려 나도 어쩔수 없이 현역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어디선가 특기병제도를 듣게 되었고
내 전공인 컴퓨터학을 살릴수 있는 전산병이라는 것을 지원하게 되었다. 98년 여름방학때 병무청에 가서 전산병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자격증이 있냐고 없으면 힘들다고 해서 98년 11월쯤으로의 입영은 포기하게 되었고 정보처리기사2급(현재는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영등포 속성학원까지 다녀가며 공부를 하여 그 해 겨울에 다시 전산병으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월달에
수방사에서 면접을 보았고(면접은 무슨 체육관에서... 노래해보라는 면접관도 있었고 모하러 군대가냐는 사람도 있었고... 암튼 이상한 면접이였음..)
결국 2월 19일날 입영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입영날짜는 3월30일. 논산에 있는 훈련소였다. 통지서를 받고나서 약 40일동안의 남은 기간은
정말로 빨리도 지나간 것 같다. 그리고 3월29일 입대 하루 전날 단골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빡빡으로 짜르고 집에 와서 미스터초밥왕 전국대회편을
입대하기 전에 다 보려고 열심히 읽었다. 입대 전날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밤 10시쯤 자리에 누웠는데 잠시후 아빠가 살며시
들어오셔서 자고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내가 막내고 체력도 약해서 항상 걱정하시던 아빠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난 어쩔수 없이 계속 자는 척을 했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일찍 함께 입대하는 경오라는 친구네 집으로
향했고 난 훈련소까지 부모님이 오시면 더욱 슬퍼질까봐 경오네 집에서 헤어지기로 하고 경오네 부모님 차로 훈련소로 향했다. 경오네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형, 할머니와 헤어지는 순간 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바로 경오네 차로 달려갔다. 정말 그 순간은 내 생에 가장 슬픈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 훈련소로 향하는 경오네 차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정말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입대했지만
2년간 복무했던 자대가 너무도 편한 부대였기 때문에 그 각오는 완전히 박살이 나 버리고 배만 뽈록 나온 상태에서 제대하게 되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군입대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군대를 갔다온 모든 남자들이라면 모두 소중히 간직하고픈 추억거리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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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군대 입영 통지서
